[투데이에너지 조규정 기자]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육박할 만큼 자원빈곤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개발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대적인 자원개발에 나섰지만 수익성 및 채산성 악화 등으로 인해 현재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암담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자원개발분야 예산안을 대폭 줄이고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를 유인했던 성공불융자 예산 역시 전액 삭감해 자원개발사업의 앞날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자원개발 관련업계에 따르면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자원개발 성공불융자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를 독려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성공불융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내년부터 민간기업의 투자 분위기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위험을 일부 부담하기 위해 실패확률이 높은 자원탐사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민간기업에게 융자해주는 제도로써 사업이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감면해주고 사업에 성공했을 때는 원리금과 함께 초과이익(특별부담금)을 부담하도록 운영돼 왔다.

■롤러코스터 탄 성공불융자 예산…0원→100억원→0원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를 독려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성공불융자 제도는 그동안 ‘눈먼 돈’이라는 오명과 함께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성공불융자’ 예산을 0원으로 삭감한 채 국회에 제출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예년수준인 1,400억원 가량의 예산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 9월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융자) 사업은 국회·감사원 등의 지적사항 등을 보완해 제도개선 방안 마련 후 추진할 예정으로 2016년 예산안에는 ‘미반영’ 됐다”고 밝혔다.

이후 산업부와 자원개발 관련업계는 국회를 방문해 성공불융자 필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피력했고 결국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성공불융자 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업계의 관계자는 “예산 100억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공불융자가 예산안에 아예 반영돼지 않는다면 다음 연도에 신규 사업으로 바뀌게 돼 예산확보에 어려움 컸을 텐데 100억원이라도 확보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이달 3일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힘겹게 끼워 넣은 성공불융자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결, 결국 전액 삭감됨으로써 업계의 실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유가 시기, 자원개발 ‘제동’…악순환 반복?

내년부터 신규 사업에 대해 민간기업은 성공불융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자원개발 투자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으며 자원공기업들은 심각한 재정난, 자원개발분야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자원개발사업이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다.

민간기업이 지원금 없이도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기 때문에 성공불융자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실제 업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성공불융자 삭감으로 인해 자원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이 앞으로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놓을 수도 있다는 것.

업계의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자원개발부서를 축소, 통합하면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라며 “마중물 역할을 해오던 성공불융자까지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에서 자원개발사업 투자에는 손이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패확률이 높은 자원개발 탐사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자원부존국가인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저유가시기를 기회로 잡아야 하는데 이를 놓치고 눈을 감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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