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8월14일부터 가스도매사업자를 대상으로 ‘천연가스 비축의무’ 부과가 시행될 것으로 알려져 가스도매시장의 민간개방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연가스 비축의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1일까지 입법예고 사항에 대한 항목별 의견서를 접수받는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을 통해 제6조의3부터 제6조의6까지 신설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가스도매사업자의 천연가스 비축의무량 산정(안 제6조의3 신설) △천연가스비축의무의 이행방법 등(안 제6조의4 신설) △비축천연가스의 사용(안 제6조의5 신설) △천연가스 비축의무 감면(안 제6조의6 신설) 등을 다루고 있다.

취지에 대해 산업부는 가스도매사업자에게 적정 재고 비축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수급안정을 제고하겠단 입장이다.

만약 예상치 못한 수요증가, 수입차질 등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물량 부족에 직면할 경우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스도매사업자가 비축해야하는 천연가스의 양은 연간내수판매량의 30일분의 범위에서 산업부장관이 고시하는 양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가스도매사업자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출입업자 등록요건(연간 내수판매량 30일분 저장시설) 보다 강화된 부담은 피하겠단 의도다.

물론 가스도매사업자의 저장설비의 건설 등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고려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다만 긴급한 수급상황변동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비축 천연가스를 우선 사용하고 사후승인 받도록 했다. 이외 해외자원개발에 따라 확보한 천연가스의 경우는 비축의무 면제·감면이 가능하다.

이번 입법예고와 관련해 산업부는 국내 공급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소 비축물량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 개정이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최소비축물량 만큼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천연가스 공급차질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판매량 30일분에 한해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가스공사의 인천생산기지.

■ 비축의무량 타법 및 해외서 이미 시행

한편 비축의무량은 타 연료에서는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석유, LPG 역시 ‘석유사업법 및 액화석유가스사업법’에서 수입업자 및 판매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천연가스 공급안전성을 이유로 비축의무량 계획을 수립·시행 중이다. EU 각국은 수급상황, 저장설비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정에 맞는 비축의무를 정하고 있다.

EU 주요국별 천연가스 비축의무를 살펴보면 △체코, 연간소비량의 3% △불가리아, 연간소비량의 10% △헝가리, 연간소비량의 10% △루마니아, 연간소비량의 15% △스페인, 전년판매량의 20일분 △폴란드, 일평균수입량의 30일분 등이다. 

비축의무는 EU뿐만 아니다. 중국은 지난 3월 2020년까지 천연가스 연간판매량의 10%, 비축의무량으로 법제화하는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가스산업과의 관계자는 “가스도매사업자의 비축의무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은 시장경쟁 및 기업활동 저해 등 경쟁 제한적 측면에서의 규제조항으로 보기보다는 국가적 천연가스 수급안전성 제고 목적상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 민간개방 발표 이어 도매사업자 개정안 우연일치?
이같은 정부의 취지에도 일부에서는 정부가 밝힌 2025년 가스도매시장의 민간개방을 위한 제도개선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신설 규정이 나온 시점이 그렇다. 정부의 천연가스 도매시장 민간개방을 추진하겠단 시기와 맞물려 가스도매사업자의 비축부분에 대한 개정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간개방 발표 뒤 나온 개정안이라 그 연관성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단일 기업이 공급하는 시점에 비축의무량 기준을 만들어 굳이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스공사가 국내 유일 가스도매사업자의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천연가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공급으로 2011년 블랙아웃(전련 대란)과 같은 일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블랙아웃때에도 천연가스를 원활히 공급하는 등 분산 전원 역할도 잘 해냈다. 비상시에도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 신설의 의미를 민간시장을 위한 신호탄이란 추측을 하고 있다.

이번 가스도매사업자에게만 비축의무량을 부과하는 것은 향후 신규 가스도매사업자의 등장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번 비축 부분 개정안 신설은 정부가 신규 가스도매사업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마련하려는 사전 포석의 성격일 수도 있다”라며 “결국 구체적인 가스도매사업자의 정의를 통해서 향후 민간시장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은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없고 자가 직도입에 한해 천연가스가 수입가능하다. 자가 직도입사업자란 자가 발전용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천연가스 수입허가를 득한 자로 SK E&S, GS에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의 의미에서 단지 제도화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민간개방이라는 이슈로 인해 지나친 확대해석은 금물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개정안을 두고 민감한 반응이 오가는 가운데 향후 정부가 도매시장 민간개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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