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확산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뉴딜’을 두 축으로 하고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 강화’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1,00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에너지업계는 ‘디지털 뉴딜’ 정책에 영향을 받지만 특히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에너지원보다 아직까지는 효율적인 면에서 부족하다. 이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한 관련 기기산업의 기술 발전과 성장이 요구되면 이를 위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미 시작된 그린뉴딜

그린뉴딜의 핵심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에 2025년까지 약 73조원이 투입되며 일자리는 약 65만개가 창출될 예정이다.

그린뉴딜 정책은 국민들에게는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이미 국민들도 그린뉴딜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설치 지원’사업이다.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설치 지원’은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효과가 크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보급을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지원예산은 510억원으로 일반 30만대, 저소득층 5만대를 지원했으며 올해에는 300억원으로 일반 10만대, 저소득층은 5만대를 지원한다. 이 사업 역시 그린뉴딜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우리는 상당의 시간을 집, 빌딩 등 실내 공간에서 보내고 있다. 쾌적한 실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수많은 설비가 유기적으로 연동돼 작동한다. 설비 작동 시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를 줄이는 것 역시 그린뉴딜이다. 국내 초고층 빌딩의 랜드마크 격인 서울 여의도 ‘IFC서울’ 빌딩은 에너지 절감 솔루션인 ‘어드반택’을 도입 이후 6개월 동안 에너지소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2013년 에너지절감액은 16억원, CO₂ 9,970톤을 절감했으며 향후 에너지절감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물에서의 에너지절감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 단지로 조성될 예정인 강원도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트’는 연간 수온이 6~13℃인 소양강댐 심층수 24만톤(일)을 활용해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설비 규모는 1만6,500냉동톤(RT, Refrigeration Ton)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타워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는 수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스마트 농업단지, 스마트 주거단지, 물에너지기업 특화단지 등 에너지 다소비 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로 주목을 받는다.

이 사업에서 주목받는 설비가 바로 ‘히트펌프’다. 국내 히트펌프 최신기술 비중 및 특허경쟁력은 양호한 수준이다. 주요국가 특허청에 1990년 이후 출원된 4,698건을 출원인 국적별로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신기술 개발은 평균을 상회하나 경쟁력측면에서 낮은 수준을 나타내 공통요소기술의 글로벌 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며 관련된 기술과제가 진행 중이다.

수열원 히트펌프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2019년에 US 12억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설치는 2026년까지 2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공기 히트펌프는 2019년에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향후 강력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수요는 고효율, 적은 공간 및 낮은 운영비용 등으로 2026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 등 향후 몇 년 동안 수요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그린뉴딜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전체 세대수도 1,000만세대를 넘었다. 이중 상당수가 재개발 또는 재개발 대상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건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다. 파리, 런던, 로마 등 유럽의 대도시에 가보면 수백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서울에는 몇몇 고궁과 문화재를 제외하면 수백년 된 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건물을 짓는 데는 상당한 재화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시로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은 그만큼 낭비를 초래한다. 동시에 엄청난 폐기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재료를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의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심각한 공해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적인 건설 트렌드는 첫째 수명이 오래가는 건물을 짓는 것이고 둘째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Zero Energy Building, Zero Energy City를 건설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미래의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향후 수십년간 전체 건물의 상당부분을 재건축 또는 재개발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린뉴딜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의 공공의무화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민간건물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적용 장려정책에 힘입어 최근 준공된 공공건물, 아파트 또는 대형 민간건물에는 대부분 신재생에너지가 적용됐다. 2020년부터는 공공건물, 2025년부터는 민간건물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Zero Energy Building으로 설계, 시공을 해야 한다. 최근에 건설되고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냉난방을 기본사양으로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열냉난방시스템, 태양열 급탕시스템, 연료전지를 이용한 난방 및 급탕시스템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적용되고 있다. 2019년 하천수가 수열에너지에 편입되면서 대형 건물에 수열을 적용하고자 하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탈원전과 탈석탄이 정부 에너지정책의 근간이고 온실가스 감축의무 또한 시간이 갈수록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린뉴딜의 실현은 가능성을 떠나 반드시 실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성공적인 그린뉴딜을 위한 과제

그린뉴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초기투자비를 적기에 회수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축 관련 제반 법규와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많은 내용들이 있으나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지열에너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험천공을 통한 지중열전도도테스트가 선행돼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열이용검토서를 작성·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2,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촉박한 일정에 맞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 설계회사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절차다. 설계회사가 지열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열에 대해서만 과중한 인허가 절차를 강제함으로써 지열의 보급 확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열원간의 불평등 제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열원을 균등하게 육성하기 위해 보정계수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초기투자비가 높아 소비자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열원도 가중치를 부여해 설비용량을 축소시킴으로써 초기투자비의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사업초기에 관련 산업 육성차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보정계수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을 왜곡시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열원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성을 확보해야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보정계수는 삭제 또는 수년 내 점진적으로 격차를 축소해 자동 소멸될 수 있게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시행해야 한다.

Zero Energy Building을 평가하기 위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평가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는 input과 output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각각의 열원이 갖고 있는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히트펌프만 구동되는 전기히트펌프에 비해 순환펌프를 동시에 구동해야 하는 지열히트펌프의 에너지효율이 현저하게 낮게 평가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건물 냉난방시스템에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적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불량제품의 시장교란을 차단하고 국산제품을 육성해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KS 인증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장점도 있지만 사업 초기에 국내에 없는 외산제품의 도입을 어렵게 함으로써 선진기술 도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국산제품 개발에 따른 시간적, 비용적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 제품은 ISO, AHRI 등 국제규격에 맞춰 충분한 성능을 보유함과 동시에 오랜 운전 결과를 축적하면서 검증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업초기에는 첨단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건설되는 건물들은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기들이 적용된다.
향후 건설되는 건물들은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기들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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