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기여해온 수요자원 거래시장(DR)이 절반 규모로 크게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DR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DR의 신뢰도 향상을 이유로 DR 참여 기준 강화 등 방안을 산업부에 제출한 데 따른 것으로 이미 100% 이상의 높은 신뢰도를 제공해오고있는 DR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전은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의무감축 대기시간 축소, DR 참여고객의 전기소비형태 검증 기준(RRMSE) 강화 등을 담은 DR 시장 개선 방향을 수립, 산업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소비형태 검증(RRMSE: Relative Root Mean Squared Error)은 DR에 참여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기준 전력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의 평균 오차를 확인해보는 것으로 현행 기준은 검증 결과가 30% 이하여야만 DR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DR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을 기록 중이고 한전이 주장한 허용 기준도 미국 전력회사인 PJM의 사례를 단순 반영한 것으로 DR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의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데 왜 한전이 갑자기 DR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또 RRMSE가 수요 자원의 신뢰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 전력시장 구조 등 전혀 다른 환경은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선진 사례라며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럼에도 한전이 주장한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대규모 축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협회의 관계자는 “협회 조사 결과 RRMSE가 20%로 상향될 경우 DR자원의 46% 이상이 탈락될 것으로 집계됐다”라며 “현재 4.5GW의 수요자원 용량이 2.5GW까지 줄어들 수 있는 엄청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DR 용량 4.3GW에도 크게 못 미쳐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선안의 배경을 두고 DR업계는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약을 위한 실적 쌓기로 해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DR 용량이 2GW 감소할 경우 전력시장 용량 정산금이 753억원 증가하며 경제성DR 참여로 연간 SMP 하락 및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도 6차년도 기준으로 2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DR의 의무 대기시간 축소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지금까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시장 참여가 확대돼 왔고 앞으로 더욱 확대돼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수요측면의 DR 역할이 중요하므로 DR 발령 시간대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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