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지난 7월4일 EU 기후변화 대응방안인 소위 ‘Fit for 55’의 일환으로 EU 집행위원회가 가장 높은 수준의 회원국에 대해서 직접 적용이 가능한 규정 (Regulation) 형태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CBAM) 법안이 많은 걱정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19년 EU가 그린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국산업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수입품에 대해서 탄소가격에 따라서 차액을 부과하겠다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08년경 자유무역 원칙 위배의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기에 WTO 자유 무역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공언한지 1년 반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본 법안에 따르면 시멘트, 철강, 비료, 알루미늄 그리고 전력분야가 그 대상이다. EU 배출권 거래제도에 따라서 배출탄소량을 계산한 후 수출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가격비용을 제외한 차액을 부과한다고 한다. 부과된 금액은 EU의 일반예산으로 편입돼 다양한 지원정책에 사용될 예정이다. 

법안은 2023년부터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후 2026년 이후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단 철강분야가 주로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향후 다른 업종에도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탄소가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자칫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은 새로운 EU의 일방적 무역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발표된 법안으로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대개 1년 반 정도 걸리는 EU 의회와 이사회의 공동 채택과정이 남아있다. 앞으로 27개 EU 회원국 및 그들 산업계 등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원래 내용이 상당히 바뀔 가능성도 꽤 농후하다. 다소 극단적으로 EU 내에서는 과도한 EU 기후변화 정책자체가 재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의견마저도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반드시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에 무조건 동조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죤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에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 내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배출권거래제도가 아닌 세금 등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더 나아가 중국, 러시아 등은 이미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 향후 개도국들은 또 다른 개도국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자유무역 원칙에 대한 부합여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당장 EU는 대상 국가별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의 선별적 적용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유무역의 대 원칙인 최혜국대우원칙(MFN) 위반의 소지가 크다. 또다른 자유무역의 원칙인 내국민 대우원칙도 위배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소위 환경보호를 위한 제20조 예외도 WTO 역사상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EU가 배출권거래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무상할당 제도, 그리고 제도 적용으로 발행하는 부과금의 EU내 사용 등은 보조금 관련 원칙 위배 소지도 커 보인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EU 법안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우리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당장은 EU 제도의 자유무역 규범 위반 여부를 잘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배출권거래제도를 포함한 탄소가격 정책을 잘 정비해 EU와 협상에 대비도 해야겠다. 

배출권거래제도의 경우 시장규모에서 EU와 차이가 있는 우리의 제도가 지나치게 EU 제도 운영에 종속되지 않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우리의 생산제품들의 탄소량 함유가 세계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철강업계에서는 용광로 없는 수소환원기술을 개발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 발표를 계기로 EU와 같이 개별국가가 아닌 국제 탄소가격 국제표준을 만들 필요성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다자차원의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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