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유정근 기자] 경찰청이 2019년 선언한 경찰 수소전기버스 도입 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8월 말 기준 보유·운행하고 있는 버스 706대 중 수소전기버스는 5대다. 이마저도 1대는 현대자동차로부터 무상임대한 버스로 경찰이 실구매한 버스는 4대에 불과하다.

경찰버스는 업무 특성 상 도로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고 냉난방 장치 가동을 위해 시동을 켜 놓는 과정에 배출되는 가스 때문에 미세먼지 유발 등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현대자동차와 ‘경찰 수소버스 확산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2028년까지 경찰기동대 버스 802대를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0년부터 9년간 매년 89대씩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2019년 2대에 이어 2020년에도 2대만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했다. 2020년 차량 구매 예산도 2대분에 맞춘 15억원(1대당 7억5,000만원)만 반영했다. 

또한 경찰청은 올해 수소전기버스 구매 예산으로 3대분에 해당하는 22억5,000만원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한 대도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예산으로는 친환경 112순찰차를 구매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경찰기동대의 장비를 실을 수 있는 고속형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판매하기로 했지만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차량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현대차가 경찰청에 1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무상임대해 준 이유다. 

경찰청은 “올해 수소전기버스 예산으로는 112순찰차 29대(수소전기차 19대·전기차 10대)를 구매 진행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제대로 집행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의 신차 출시 연기 사정은 둘째치고서라도, 경찰청이 애초 실현불가능한 허황된 계획을 발표해 생색만 내고 뒷일은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찰청은 2022년도 기능차량 교체 예산으로 전기승용차 175억9,500만원과 수소전기버스 3대분의 22억5,000만원만을 국회에 요구해 놓은 상태다. 

경찰청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당 부서에선 수소전기버스 90대분의 예산을 책정해 요구했는데 실 반영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올해 8월 기준 경찰청이 보유한 전체 차량(1만6,915대) 중 1·2종 저공해차는 3.8%(643대)에 불과하다. 
경찰청 저공해차(친환경차) 및 저공해차 외 차량 보유현황에 따르면 경찰청은 승용차 7,486대, 승합차 6,714대, 이륜차 1,633대, 특수차 266대, 화물차 816대를 보유하고 있다. 

승용차(112순찰, 경비작전용 등) 총 7,486대 중 1종(수소차·전기차)은 200대(2.7%)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차인 2종은 363대(4.8%)에 그쳤다. 나머지 92.5%의 차량이 경유차다. 

또한 총 6,714대의 승합차(경찰버스, 호송용, 과학수사용 등) 중 경찰버스 5대만 1종 저공해차다. 교통순찰용 이륜차의 경우 1,633대 중 75대만 1종이다. 1,082대의 특수·화물차 중 저공해차는 한 대도 없다.  

올해 경찰은 교체대상 노후차량 중 216대를 1종 저공해차량으로 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9월 기준 업무 및 지휘차 187대는 구입이 완료됐고 112순찰차 29대(수소전기차 19대·전기차 10대)는 현재 계약 진행 중이며 11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112순찰차(29대)는 올해 수소전기버스 3대 구매가 불발되면서 버스 대신 구매한 것일 뿐 당초 올해 예산이 편성된 계획된 구매는 아니다. 경찰청은 올해 노후 112순찰차를 친환경 순찰차로 교체하는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은주 의원은 “정부가 공공기관 전기?수소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정부 시책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전기?수소 친환경 차량 교체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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