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은 1980년대 후반 대규모의 신·증설투자 이후 1988년에틸렌 생산능력기준 세계 18위에서 1994년 미국, 일본, 독일, 구소련에 이어 세계 5위의 생산국으로 부상하였으며, 세계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10.7%(에틸렌 기준)를 점유하게 되었다. 또한, 대규모 LPG/LNG도입사업은 70년대말 제2차 석유파동 이후 가속화되어 1980년 58천톤에서 1995년 12,600천톤에 달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하였다. 이와 함께 이의 생산, 저장, 공급설비의 신·증설이 가속화되고, 위험설비의 안전성 문제가 산업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석유·화학 및 폭발성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방폭기기에 대한 관심은 주요 선진국보다 뒤늦게 시작되었으며, 그 동안 나름대로 자리매김을 해왔지만, 여타 산업분야의 발전에 비하면 최근 그 발전 양상은 답보상태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화학 관련산업이 양적 성장에 치중, 확대해 오면서 신소재, 정밀화학 등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방폭분야를 포함한 안전에 대한 투자 또한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의 방폭산업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정보통신, 우주항공, 전자, 신소재 등의 그늘 속에서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으나, 정부의 제도 및 정책은 오히려 이들 방폭 제조업체에 혼란을 안겨주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

UR의 타결, WTO의 출범, OECD의 가입, 지역별 경제 불럭화 등 최근 우리나라를 위시한 주변정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세계각국은 모든 분야에서 국경 없는 경쟁원리가 직간접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7년 IECEx Scheme의 출범은 이러한 경쟁원리가 방폭분야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980년대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가시화 되었으며, 최소한 수년전에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었으며, 이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과거는 행정편의주의, 부처간 이기주의, 기관간 경쟁에 얽매여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는 무관심한 채 무원칙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결정하고, 변경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 우리 방폭산업의 현실은 원칙 없는 정책과 제도, 정비되지 않은 기준과 절차, 경쟁력 없는 기업현실, 향후 방폭산업의 발전을 위한 관련자들의 노력과 의지의 결여 등 산적한 문제에 당면해 있다. 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의 방폭산업의 앞날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며 책임이다.

기술기반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상응한 기준과 절차의 정비, 관련법규의 중복 및 불일치의 제거,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방향의 제시 등 정책과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련기관의 능력과 전문성 확보,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및 서비스의 확대 등 기관의 노력과 기술향상을 위한 적극적 투자, 해외시장 개척 등 기업의 자율적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각 분야, 각 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방폭 관련자들의 동반자적 인식과 협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기업과 관련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이룰 때, 21세기 우리 나라 방폭 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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