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는 낙타를 닮고 뿔은 사슴을 닮았으며 눈은 토끼를 닮고 귀는 소를 닮았다. 목은 뱀을 닮고 배는 큰 조개를 닮았으며 비늘은 잉어를 닮고 발톱은 매를 닮고 발바닥은 호랑이와 같다 ―

이는 본초강목에 묘사된 용(龍)의 모습이다.



용(龍)은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옛 사서(史書)에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과는 매우 친숙하며 온순하고 어수룩한 동물이다.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보면 용의 고유어는 ‘미르’로서 미르의 어근은 ‘밀’ 즉 물(水)과 어원이 같으며 동시에 미리(豫)의 옛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용의 등장이 어떤 미래를 예시해 주기 때문이며 새천년과 21세기의 시작이 용으로 부터인 것이 상서(祥瑞)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문헌비고(文獻備考)에 보면 신라원년으로 부터 조선 숙종 40년인 1714년 사이에 무려 4백여차례이상 용이 나타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 기록 뒤에는 거의 빠짐없이 태평성대니 성인의 탄생이니, 군주의 승하, 큰 인물의 죽음, 농사의 풍작, 흉작 등 국가적 대사나 그밖에 큰 일들의 기록이 따르고 있음을 보더라도 용의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용과 관련된 순수한 우리말은 미르외에도 이무기나 이시미라는 말도 있고 영노와 경상도 방언인 꽝철이, 바리 등 다양하지만 용이라는 중국 전래의 한자어 이름에 눌려 사라진게 많다.

우리나라 속담에 “용못된 이무기 심술만 남더라”라는 게 있듯이 이무기는 1천년을 묵어야 용이 된다는 구렁이를 뜻하며 꽝철이도 역시 용이 채 되지못한 뱀을 지칭하는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미리믿음’이라는 용 신앙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발음이 비슷한 미륵(彌勒)신앙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용그림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四神圖)속의 청룡이며 종이나 비단에 그려진 옛그림으로 현재 남아있는 것은 조선시대의 작품 밖에는 없다고 한다.

용그림은 옛부터 기우제를 지낼 때와 정초(正初)에 많이 그렸다고 하며 정초에는 액운을 막기 위해 대문 양쪽에 용과 호랑이를 그려 붙이는 것이 관습이었으며 삼국시대 이후에는 석탑이나 부도 등에 다양한 모습의 용을 조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용을 기린이나 봉황, 거북과 더불어 상서로운 사령(四靈)의 하나로 꼽아왔다.

용은 장엄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인해 곧잘, 천명을 받아 천하만물을 다스리는 왕권에 비유되곤 했으며 삼국통일후 불교가 호국신앙이 되면서 용은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신장을 뜻하는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했다.

민가에서는 용이 강이나 바다 같은 깊은 물 속에 살며 비바람을 몰고 다니는 존재로 여겨져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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