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산업·특수용 가스시장이 제한된 수요와 경쟁 가속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렵지만 어두운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LCD 등 전통적인 수요시장 업황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고 태양광산업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급시장도 조금씩 힘을 내는 모습이어서 지난해 대비 실적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시점에 본지는 최근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4개 제조사를 조명하고 그 배경과 전망을 제시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OCI머티리얼즈, 바닥 찍고 올라서나?
2. 태경화학, 매출 정체 벗어나는 시점은?
3. 원익머트리얼즈 고성장의 비결
4. 대성산업가스, 계열사 바람 잦아드나?
 
 
태경화학, 매출 정체 벗어나는 시점은?
 
 
기회란 이런 것이다.
 
2012년 2월, 태경화학은 일석이조가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 광양 SNG(합성천연가스) 공장에서 나오는 탄산가스(CO₂)를 10년간 공급받기로 한 것.
 
탄산가스 공급시장은 원료확보가 어려워 시장진입 시 장벽이 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원료선 확보는 자연스럽게 매출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체상태의 탄산을 액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압력을 가하면서 온도를 낮춰야 한다. 전기료 부담이 크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50% 가량 전기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광양 공장에서 가스 생산 시 영하 162℃의 냉기가 발생하는데 이 냉기를 활용해 탄산가스를 액화하는데 사용하게 된다.
 
한 마디로 ‘꿩 먹고 알 먹고’다.
 
▲국가 경제성장에 따른 동반성장
태경화학은 탄산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회사다. 업력만 해도 40년 이상이다.
 
이 회사는 1970년 나주비료의 부산물 판매를 시작으로 탄산가스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이후 대산과 여천, 온산, 울산 등에 원료공급처를 확보하고 탄산을 공급받아 고순도의 액체탄산과 드라이아이스를 제조·공급하고 있다.
 
탄산과 드라이아이스 외에도 산업용 가스인 에틸렌과 질소, 아르곤 등을 판매한다. 또 수산화마그네슘과 액상소석회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회사 내 매출 비중(2013년 반기 기준)을 살펴보면 액체탄산이 약 40%를 차지한다. 뒤이어 에틸렌 등 일반가스가 34%, 수산화마그네슘 12%, 드라이아이스 10%, 기타 3~4% 수준이다.
 
탄산가스를 원료로 하는 액체탄산과 드라이아이스가 50% 이상의 매출구조를 보이면서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탄산가스 수요시장 특성상 급작스러운 시장확대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탄산의 수요는 경제수준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소득이 가파르게 상승한 70년대 이후 탄산 수요도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이유는 탄산의 쓰임새를 보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탄산은 주로 맥주와 탄산음료 등 음료용과 조선소의 용접, 냉매제, 산화방지제 등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드라이아이스는 빙과 등의 냉각용과 이벤트 효과용으로 쓰인다. 즉 일반 소비재 제품은 아니나 경제수준과 비례해 사용되는 경향이 짙다.
 
국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태경화학은 동반성장의 결실을 거뒀지만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정체하면서 급기야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거뒀다. 엔저현상과 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줄었고 원료시장 역시 경기변동으로 불안정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2015년은 성장회복의 도화선
최근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1년 535억원, 2012년 55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19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82억원(2011년), 68억원(2012년), 61억원(2013년)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회사의 펀더멘탈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수요증가가 없다는 것은 감소 역시 민감하지 않다는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일 뿐이다. 단지 정체라는 꼬리표가 거슬린다.
 
잠깐 언급된 포스코 광양 SNG공장의 탄산가스를 공급받는 2015년이면 태경화학의 비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는 동시에 한 단계 도약도 점쳐진다.
 
태경화학은 지난 2013년 10월, 포스코 광양 SNG공장 인근 부지를 임대해 액체탄산 공장을 신규 건설키로 하고 총 203억원을 투입하는 결정을 공시했다.
 
이 공장에서만 연간 13만톤(400톤/일)의 액체탄산이 생산될 예정이다. 기존 26만톤에서 50%가 늘면서 39만톤의 액체탄산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생산능력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SNG공장에서 추가로 공급받기로 한 냉기를 이용할 경우 액체탄산의 제조비용(전기료)도 절감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14년 완공 후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200~250억원 가량의 추가 매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농업용 시장 확대 등 신규 수요처 적극 발굴
태경화학은 올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경인화학산업(주)의 이의근 대표이사를 새롭게 태경화학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 이와 함께 새로운 사업도 정관에 추가했다. ‘고체연료 및 관련제품 판매업’이 그것인데 회사는 “올해부터 우드펠릿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추론하면 태경화학은 농업용 탄산가스 및 드라이아이스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그동안 농업용 탄산가스를 공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그린탄산’사업으로 명명하고 농업용 시장에도 꾸준히 탄산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시장수요뿐 만 아니라 공급량도 충분하지 않아 공격적인 시장확대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다.
 
▲태경화학이 회사 홈페이지에 탄산가스를 활용한 온실작물사업 '그린탄산'을 소개하는 홍보용 배너
그러나 광양 공장이 준공돼 본격 생산이 가능한 올해 말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연산 13만톤의 추가적인 탄산가스가 생산되면서 그만큼 수요처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시장의 잠식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도 있겠지만 신규 수요처를 확보할 경우 매출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신규사업으로 추가된 우드펠릿 판매업도 농업용 탄산가스 시장과 밀접하다. 농업용 탄산가스는 주로 파프리카, 딸기, 토마토, 장미 등의 맛과 육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며 이러한 작물은 비닐하우스에서 관리된다.
 
즉 비닐하우스는 일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연료비 문제로 흔히 연탄과 함께 우드펠릿 보일러를 많이 사용한다. 태경화학은 농업용 탄산가스를 공급하는 농가에 우드펠릿을 추가로 판매할 경우의 셈을 이미 끝냈을 것으로 추론되는 이유인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매출액이 크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아이스가 주로 수출되는 일본의 엔화 변동과 조선업의 경기회복 정도에 따라 전년대비 소폭 상승하는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광양 공장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2015년, 태경화학은 그 동안의 정체를 일순간 해소하며 100억원대의 영업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공장 증설과 원료확보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15년 매출액 8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수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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