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산업·특수용 가스시장이 제한된 수요와 경쟁 가속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렵지만 어두운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LCD 등 전통적인 수요시장 업황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고 태양광산업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급시장도 조금씩 힘을 내는 모습이어서 지난해 대비 실적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시점에 본지는 최근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4개 제조사를 조명하고 그 배경과 전망을 제시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OCI머티리얼즈, 바닥 찍고 올라서나?
2. 태경산업, 매출 정체 벗어나는 시점은?
3. 원익머트리얼즈 고성장의 비결
4. 대성산업가스, 계열사 바람 잦아드나?
 
 
원익머트리얼즈 고성장의 비결
 
 
다품종 소량생산·파트너십·민첩한 대응능력 탁월
 
특정 고객사 의존율 높은 것은 장점이자 위험요인
 
 
2002년 특수가스사업 시작 후 한번도 역성장이 없는 회사!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수요처 공정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회사! 실적 신기록을 매년 갈아치우는 회사!
 
이 모두가 한 회사를 언급하는 표현들이다. 표현만을 놓고 보자면 매력적인 회사를 넘어서 최고의 기업이 아닐 수 없다.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원익머트리얼즈(대표 이건종, 이하 원익M) 얘기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다. 시체말로 ‘핫(Hot)’하다.
 
원익M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특수가스를 제조해 판매한다. 이러한 가스는 반도체 증착과 식각, 세정공정 등에 사용된다. 최근 반도체공정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웨이퍼의 사이즈가 대형화되는 추세다. 또 공정은 점점 미세화를 추구한다.
 
전방산업 영향력이 절대적인 특수가스 제조사로서 이런 변화가 반갑다. 특수가스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평균 성장률 25% 넘어서
일반 산업용가스는 사용처가 넓다. 범용성을 띤다. 그만큼 공급사도 많고 시장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특수가스 시장은 소수의 업체가 참여한다. 혹여 신규사업자가 탄탄한 자본을 앞세워 대규모 설비투자로 시장진입을 하더라도 수요처 발굴이 어렵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수요처의 공정이 매우 정밀하고 미세해 ‘가격’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품질관리와 발주자-공급사간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국내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에 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10개 미만이다. 매출액 기준 상위 대부분의 제조사가 외국계다. 순수 국내업체는 원익M을 포함해 OCI머티리얼즈 정도다. 그만큼 가스제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경쟁사 가운데 원익M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인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2007년~2012년) 매출액이 연평균 26% 늘었다. 영업이익도 24%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가스제조업체인 A사의 동기간 매출액이 2.1%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속도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성장의 비결은 3가지
원익M이 이처럼 ‘훨훨 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이 회사가 고성장을 이어가는 가장 큰 요인으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꼽을 수 있다. 회사는 약 100여종 이상의 가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순발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특정제품 의존율이 낮고 대외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사와의 파트너십’도 성장비결이다. 실제 이 회사는 ‘삼성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로 자주 거론된다. 회사의 수요처별 매출 비중을 보면 삼성이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약 70%가 삼성에 기인한다.
 
특히 AMOLED용 특수가스는 거의 독점하다시피한다.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약 15종 가운데 13종을 이 회사가 공급하고 있다. 삼성이 생산라인을 증설할 때마다 매출은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도 한 몫하고 있다. 특수가스는 제품의 신뢰는 물론이고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도 발주처의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보통 신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산업동향 예측과 기술개발능력, 고객사 소통능력이 요구된다. 원익M이 보여주는 성장은 이러한 능력이 내재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실적은 긍정적, 그러나 위험요소 없나?
성장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고객사의 생산케파 확대가 예상되고 원익M의 설비증설 효과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진출한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이 올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게 된다. 3D NAND를 주력으로 한 시안공장은 수직 적층방식의 도입으로 반복공정 수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 경우 특수가스 사용량도 크게 늘어난다.
 
NAND 공정용으로 산화질소(NO)와 디실란(Si2H6), 저메인(GeH4) 등 10여종의 특수가스가 사용된다. 삼성전자 내 이들 제품의 점유율은 단연 원익M이 높아 매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AMOLED 양산라인 증설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AMOLED분야 가스공급사 위치에서 원익M은 삼성의 ‘파트너’를 넘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신규라인의 가동은 곧 원익M의 매출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회사는 이러한 고객사 케파와 공정변화에 대비해 이미 설비증설을 완료한 상태다. 산화질소(NO) 및 아산화질소(N2O) 합성공장 건설을 세종 전의2공장에 완료했다. 또 저메인(GeH4) 합성공장도 유치했다. 고객사 평가가 완료되는 시점(금년 상반기 예정)에 곧바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생산은 곧 매출로 직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도연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원익M을 비롯한 소재업체로서는 긍정적”이라면서 “올해는 삼성전자와 원익M의 증설효과가 본격화됨에 따라 실적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돼 매출액 1,5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사, 공급능력, 파트너십 등 특수가스제조사로서 고성장 요소를 모두 갖춘 원익M은 당분간 실적상승이 이어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 ‘고객사’가 원익M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전방산업의 영향이 절대적인 특수가스사의 위치에서 위험요인의 헷지(Hedge)는 필수적이다.
 
매출액 70% 이상이 한 고객사에 묶여 있다. 안정적 매출처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환경이 우호적일 때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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