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산업·특수용 가스시장이 제한된 수요와 경쟁 가속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렵지만 어두운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LCD 등 전통적인 수요시장 업황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고 태양광산업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급시장도 조금씩 힘을 내는 모습이어서 지난해 대비 실적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시점에 본지는 최근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4개 제조사를 조명하고 그 배경과 전망을 제시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OCI머티리얼즈, 바닥 찍고 올라서나?
2. 태경산업, 매출 정체 벗어나는 시점은?
3. 원익머트리얼즈 고성장의 비결
4. 대성산업가스, 계열사 바람 잦아드나?
 
 
대성산업가스, 계열사 바람 잦아드나?
 
 
지난해 자사주·대성산업 지분 잇달아 취득 현금 유출
 
업황 어렵고 주식 담보설정돼 추가 지원 힘들수도
 
 
2013년 대성산업가스는 배당금을 주당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현금배당금을 주당 850원으로 수년째 실시해오던 과거와 달리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이러한 결정으로 이 회사의 지주회사인 대성합동지주는 총 배당금 600억원 중 300억원 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대성합동지주의 대성산업가스 지분율은 당시 60%를 확보하고 있었다.
 
▲대성산업가스, 대성산업 모회사로 낙점
이례적인 고배당은 대성산업 지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성합동지주는 지난해에만 두차례 대성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75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440억원을 직접 대성산업에 대여해 주기도 했다. 현금이 절실했다. 한 마디로 대성산업 지원을 위해 우량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의 대성산업가스 활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대성산업가스는 올해말까지 대성산업 지분 40.2%를 확보키로 하고 총 540억원을 투입키로 공시했다. 계획된 지분인수가 완료되면 대성산업은 대성산업가스의 자회사가 된다.
 
대성산업가스는 이러한 계획에 따라 지난 2013년 12월 한국캠브리지필터(계열사)의 대성산업 지분 16.82%(481만주)를 1차 매입했다. 매입금액은 225억8,000만원이다.
 
대성산업가스가 대성산업 지분을 인수키로 한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다. 이 회사가 한국캠브리지필터로부터 지분을 인수하기 한달 전 한국캠브리지필터는 대성합동지주로부터 대성산업주식 481만주를 2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매입한 주식을 한달 만에 다시 되팔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한국캠브리지필터의 또 다른 주주인 일본캠브리지필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캠브리지필터는 대성합동지주와 일본캠브리지필터가 50%씩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결국 대성산업의 모회사로 대성산업가스가 낙점돼 지분돌리기가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성산업가스 출혈, 이대로 괜찮은가?
대성산업가스는 지난 2012년 재무지표가 변동될 수 있는 의외의 의사결정을 잇달아 진행했다. 2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순수한 사업목적을 위한 자금조달이라 보기에는 의아한 결정이었다. 이 회사는 2011년 5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실적이 좋았다.
 
이러한 행보가 수긍되는 또 다른 결정이 4월에 있었다. 대성산업으로부터 디큐브시티 오피스부분을 1,440억원에 매입하게 된 것. 결국 계열사 자산양수에 자금이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대성산업가스의 지원은 계속 이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자사 지분 가운데 39만주를 매입했다. 매입금액만 317억원에 달한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대성산업가스는 비상장사인 것은 물론 소액주주도 없다.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와 (최근 지분을 처분키로 했지만) 당시 합작사인 에어리퀴드가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보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은 주식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시 주가부양 목적으로 실시되곤 한다. 결국 대성산업 지원을 위해 대성합동지주의 금고를 채웠을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이러한 현금성 지원 외에도 위험해 보이는 결정도 있었다. 지난해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이 4,000억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대성산업가스 지분 60%를 채권기관에 담보제공했다. 한국산업은행 3,000억원, 한국정책금융공사 1,000억원 등이다.
 
몇 개월 후 재공시를 통해 담보 기간을 연장했지만 자칫 만기일을 놓치게 될 경우 대성산업가스는 채권단에 넘어갈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동안 대성산업가스의 경영실적도 악화됐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335억원에서 266억원(2011년), 238억원(2012년)으로 줄더니 급기야 60억원 적자로 전환된 것.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3%가 감소하며 357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바람 잦아들까?
지난 2일 대성합동지주는 에어리퀴드가 보유한 40% 지분을 전량 매입키로 공시했다. 대성산업가스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 9.75%를 제외하면 100% 대성합동지주가 소유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과 그동안 진행된 재무적 결정을 고려하면 두 가지 방향이 예상된다. 먼저 대성산업가스를 자금줄로 더욱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성산업이 여전히 재무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무려 3,055억원이라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585억원에서 2012년 -1,218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두배 이상 적자폭이 벌어졌다.
 
리스크의 주범인 건설사업뿐 아니라 유통사업에서도 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대성산업 자구책이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 지주사의 자금지원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더 이상 대성산업가스의 자금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미 두차례의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도 상당부분 늘어나 있다. 또 지난해 실적이 보여주듯 지원여력이 높지 않다. 올해 말까지 취득해야 할 자사주 금액도 314억원에 달한다.
 
또 산업용 및 특수가스 시장이 최근 만만하지 않다. 매출의 상당부분이 장기계약에 따른 온사이트(On-Site) 가스공급으로 안정적이긴 하지만 절반이상의 매출이 벌크(BULK)와 특수가스시장 등에서 발생된다. 이들 시장은 고스란히 경쟁에 노출된 시장이다.
 
또 있다. 대성산업가스 지분의 50% 이상이 담보로 제공돼 있어 채권자의 눈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떤 방식이든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담보가치 하락을 방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성산업가스의 배당여력이 크지 않았지만 여전히 현금이 필요한 대성합동지주가 올해 대성산업가스의 현금배당을 다시 주당 850원으로 되돌린 것도 채권자의 감시가 일정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성산업가스의 속앓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성산업 스스로의 자구계획이 일정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성산업가스의 운명도 어찌될지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시점이다.
 
올해는 대성산업가스가 대성산업의 모회사가 된다.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대성산업가스 스트레스지수는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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