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헌 기자

[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지난해 한국전력의 영업손실이 32조6,034억원을 기록하면서 그간 제기됐던 자본잠식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말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산액은 45조원을 나타냈다. 여기에 32조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제하면 자본금과 적립금은 12조3,966억원만 남게 된다. 올해 영업손실이 이 금액을 넘어서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미 지난해 전년대비 손실금액은 26조7,569억원 증가했고 영업비용은 LNG, 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으로 37조3,552억원이나 증가했다.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가격은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영업비용의 증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전채 발행을 통한 외부 자금조달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32조원으로 인해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는 78조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전의 채권 발행잔액은 약 74조원으로 추가한도는 4조원 밖에 남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겠다던 정부가 대통령의 공공요금 인상 속도조절 지시에 눈치싸움을 시작하면서 한전의 경영정상화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올 1분기 kWh 당 13.1원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7조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봤다. 그러나 32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한전이 2026년 누적적자 해소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했던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51.6원이었다. 

1분기 인상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이와 비슷한 정도의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서도 분기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용산으로부터 떨어진 속도조절 지시에 관계 부처인 산업부나 기재부에서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돌아오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를 통한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삼모사식의 대응으로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서 공공요금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있다. 그러나 국가 산업과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의 경영악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민생 안정과 한전 적자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 사이 정부의 딜레마가 합리적인 해답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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