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26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 호텔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26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 호텔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현대제철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현대제철이 ‘2050년 탄소 중립’을 표방하며 LNG 자가발전소 건립계획을 발표하자 환경단체들이 대표적인 ‘그린워싱’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 확보를 위해 LNG자가발전 설비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올 상반기 주민 대상 설명회에 돌입하는 등이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LNG자가발전설비는 가동 초기 LNG를 주연료로 발전을 시작해 2030년 이후 수소혼소발전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수소 발전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8년 충남 당진에 LNG자가발전 공장 설립을 목표로 2025년부터 3년간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회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7983억원)에 준하는 규모다.

LNG자가발전 공장 설립을 위해 현대제철은 올 초 환경단체와 주민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진행했고 오는 6월부터는 주민 대상 정식 설명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설명회를 시작으로 주민 동의와 환경평가 등을 거쳐 2025년 9월께 착공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며 당진 제철소의 고로 중심 생산체계를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감축하는 한편 2050년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전기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는 만큼 전력 수급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저탄소 원료를 투입하는 한편 공정 개선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지만 고로에 철광석과 함께 넣는 석탄 비율이 줄면서 부생가스 발생량이 줄어들게 돼 전반적인 발전량 감소가 우려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경우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6,600GWh 수준으로 이중 4,000GWh가량은 부생가스를 활용해 충당하고 있다. 저탄소 원료를 투입하면서 부생가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2050년에 필요한 9,100GWh 가량의 전력을 충당하려면 외부에서 7,000GWh 이상을

일각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대체철 관계자는 “제철소의 경우 365일 24시간 가동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공장이라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전력 공급원으로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현대제철은 가동 초기에는 LNG를 주 연료로 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LNG와 수소를 섞어 전력을 생산하는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염 물질 배출 총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23년 기준 회사의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각각 6,000톤과 7.000톤t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2045년에는 각각 2,400톤과 4,900톤t 수준으로 총량 기준 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이 같은 계획의 큰 걸림돌은 환경단체들의 반발이다. 현대제철이 소재하고 있는 인천과 충남 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과 충남지역 환경단체는 26일 현대제철 주주총회가 열린 인천 중구 소재 하버파크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6일 현대제철 주주총회가 열린 하버파크호텔 앞에서 환경운동단체가 현대제철의 LNG발전소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인천환경운동연합 제공
26일 현대제철 주주총회가 열린 하버파크호텔 앞에서 환경운동단체가 현대제철의 LNG발전소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인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날 기자회견엔 인천환경운동연합과 충남환경운동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환경운동 활동가 10여명이 모여 “LNG발전소 건설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현대제철에 “LNG발전소 건립 중단”을 촉구했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올해 처음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섭씨) 1.5도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철강산업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점에서 현대가 당진제철소에 LNG발전소를 건립하겠다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려는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핑계로 전기요금을 절감해 기업 이윤을 높이려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LNG 발전은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석탄화력발전 대비 45%에 달하는 온실가스와 막대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며 “LNG발전소 건설은 대규모 온실가스, 대기오염 배출원을 하나 더 추가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LNG 자가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현대제철측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연했다.

김 국장은 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30년 이후 한국전력공사의 석탄화력과 가스발전 발전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며 “현대제철의 LNG 자가발전이 한국전력공사에서 구입한 전기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현대제철의 LNG 화력발전은 탄소중립을 핑계로 전기요금을 절감해 이윤을 높이겠다는 ‘그린워싱’ 사례”라며 “현대제철은 LNG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 올바른 탄소중립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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