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3월 공사에 착수, 7년여 만에 완공해 1978년 4월 본격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원전 1호기. 국내 전력보급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이제 그 역할을 다하고 가동을 멈췄다. 한수원이 추진하는대로 잘 진행이 된다면 고리1호기의 생명은 연장되겠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IAEA의 평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된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에 고리 1호기의 30년 삶과 향후 수명연장 추진현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가압경수로형으로 58만7,000kW의 설비용량을 지닌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30년간 총 1,147억kWh의 전력을 생산,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에너지 자립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만 고리 1호기의 발전량은 47억6,700만kWh 정도로 경기도 안양시 주민이 1년간 쓰는 전력을 생산해온 셈이다. 이를 석유로 대체하면 90만t, 석탄은 132만t, 액화천연가스(LNG)는 66만t에 해당된다.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정지 건수는 발전소 운영기술 습득과정인 지난 1990년까지 연평균 6.6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1991~2000년에는 연평균 고장정지 건수가 1.9건으로 줄어들었고 2001~2006년에는 0.3건으로 감소했다.
고장에 의한 불시정지 없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률 역시 크게 높아져 1978~1990년까지는 연평균 64.3%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1~2000년에는 80.3%, 2001~2006년에는 90.6%로 이용률이 크게 향상돼 세계 연평균 이용률 79.5%(2006년 기준)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고리원전 1호기는 최근 10년간 연료교체 시기까지 발전정지 없이 연속운전하는 등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6회나 달성, 국내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고리원전 1호기 건설공사에는 외자 1억7,390만달러, 국내자본 717억원 등 모두 1,560억원이 투입됐다. 이 투자금은 당시 우리나라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사업이었다. 지난 1978년 4월 고리 1호기를 가동하면서 아시아에서 2번째, 세계 21번째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 된 우리나라는 그 후 지속적으로 기술자립을 추진했다. 1990년대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 건설하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리를 비롯해 영광, 울진, 월성 등에 총 20기, 1만7,716MW의 설비용량을 갖춰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 설비개선을 거쳐 안전성을 평가 받은 뒤 10년간 연장 가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해 6월16일 과기부에 고리 1호기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며, 과기부는 원자력법에 따라 접수 이후 18개월 이내인 올 연말까지 심의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이 일정 기준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운전을 연장토록 하는 계속운전은 전력공급의 연속성 확보나 국가자산의 효율적 활용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원전 선진국에서도 설계 당시 예상했던 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 계속운전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현재 기네이 원전 등 48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 최대 60년을 가동할 수 있게 됐고 8기에 대해서는 심사를 하고 있다. 일본은 미하마 원전 3호기 등 12기가 허가기간 30년을 넘어서 계속운전을 하고 있고 영국 역시 올드베리 원전 1,2호기 등 4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2007년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가동원전 436기 중 83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중 35기가 이미 계속운전을 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특히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제도 이외에 미국의 운영허가갱신제도(LR)에서 도입하고 있는 안전성 평가기준을 추가로 적용키로 해 강화된 기술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IAEA의 안전성평가 지침서에서 제시한 주기적 안전성평가 11개 분야, 54개 항목, 주요기기 수명평가 4개 분야, 57개 항목, 방사선환경영향평가 1개 분야, 6개 항목 등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장주경 고리 1발전소장은 “고리 1호기는 원전관리기술의 축적과 꾸준한 설비개선, 숙련된 운영인력의 확보로 매년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 넘는 운영실적을 보여왔다”며 “우수한 발전운영과 정비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에너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