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인치 실리콘 단결정에 중성자를 조사하기 위해 전용 조사통(왼쪽 위 원통형 모양 용기)에 넣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에 집어넣고 있는 모습

대용량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큰 지름인 8인치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돼 양산 체제가 구축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 하나로운영부 박상준 책임연구원팀은 ‘중성자 핵변환 도핑(NTD; Neutron Transmutation Doping)’ 기술을 이용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지름 8인치의 실리콘 단결정(ingot)에 중성자를 조사해서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및 장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8인치 NTD 반도체 생산 기술 확보는 독일과 호주에 이어 3번째로, 최근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중성자핵변환도핑(NTD)은 부도체인 고순도의 실리콘(Si) 단결정에 중성자를 쪼여 실리콘 원자핵 중 극미량을 인(P)으로 핵변환 시킴으로써 n-형 반도체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는 실리콘에 인을 직접 확산시키는 일반적인 화학공정보다 인의 분포를 매우 균일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속전철, 자기부상열차, 전기자동차, 풍력발전소 설비 등의 인버터에 사용되는 대전력용 반도체 소자 제조에 이용된다.

NTD 반도체는 인(P)의 분포가 고를수록 더 높은 전압과 전류에 사용할 수 있어 중성자 밀도가 매우 높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제어해서 실리콘과 중성자가 균일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원자력연구원은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원자로 내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는 중성자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지름 8인치의 실리콘을 한번에 60 cm 길이까지 조사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외국 제품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효율도 높은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02년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이용해서 5인치 NTD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서 상용화한데 이어 2005년부터는 6인치 반도체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네델란드, 호주, 벨기에, 독일, 미국, 일본 등의 15개 연구용 원자로에서 NTD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및 유럽의 반도체 웨이퍼 회사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해 NTD 기술에 관한 품질경영 국제 표준인 ISO 9001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기 모터의 제어를 위해서도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저전력 반도체 소자가 아닌 높은 전력과 전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대전력 반도체 소자가 필수이며  NTD 실리콘 반도체도 이러한 대전력 소자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이번 8인치 NTD 반도체 생산 기술 확보는 국내 자력으로 건설하고 운영중인 하나로의 활용도와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고 우리 원자력계의 세계적인 연구로 관련 기술 수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운영부장은 “NTD 반도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그린에너지 분야에 널리 활용돼 수요가 해마다 10 % 이상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번 기술 개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8인치 NTD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NTD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50톤, 200억원 가량으로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를 이용해 전 세계 NTD 반도체 수요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8인치 NTD 반도체 생산기술 개발 및 양산체제 구축으로 연구원은 연간 생산량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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