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승현 기자]  안전행정부는 대통령 담화 후속조치로 정부조직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지방교부세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입법예고 했다.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을 통합,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재난 현장의 대응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체 일각에서는 국가안전처가 달갑지만은 않다.

자칫 산업과 안전이라는 두 상전을 모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또한 국가안전처의 핵심 방재인력인 소방부문은 오히려 축소로 가닥이 잡혀 가는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일선 소방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국가안전처가 산업과 안전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국가안전처 어떤 모습 갖추나

국가안전처는 안전행정부의 재난안전 총괄·조정 기능, 소방방재청의 전체 기능, 해양경찰청의 해양경비·안전·오염방제 기능, 해양수산부의 해양교통관제(VTS) 기능을 통합해 신설된다.

해경청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이관된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은 기능 이관에 따라 완전 폐지된다. 국가안전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 재난안전관리에 관해 관계 중앙부처·자치단체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는 경우 해당 기관은 이에 따라야 한다. 불이행 시 소속 공무원에 대해 징계요구 또는 기관 경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재난안전관리사업의 예산 사전협의권도 행사한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매년 국가안전처장관에게 재난안전관리사업의 계획을 제출하면 국가안전처장관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검토결과를 통보하고 기재부 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반영하게 된다.

재난 발생 시 긴급구조활동 현장 지휘를 소방관서(육상), 해양안전기관(해상)으로 명확화 하고 필요 시 국가안전처는 구조활동지원을 위해 특수기동구조대를 현장에 파견하게 된다.

긴급구조활동 참여기관(경찰, 군부대 등)은 소방관서 또는 해양안전기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긴급구조활동 종료는 지역사고수습본부장(재난관리 주관기관의 특별지방행정기관장), 통합지원본부장(시·군·구 부단체장)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구조활동이 끝나면 통합지원본부의 장이 재난현장의 수습 상황을 총괄·조정하게 된다.

특히 안전점검 공무원에게는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된다.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점검과 정부합동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줘 안전점검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권한을 강화하다는 방침이다.

◆산업과 안전 분리 과연 합당한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스와 전기안전을 국가안전처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이들 공공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을 일원화시키는 것이 선제적인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라며 “각 부처에 있는 안전·재난 분야 공공기관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혀 산업부에서 안전부문 떼어내기를 극명하게 밝혔다.

현재 산업부 산하의 에너지 안전부문 공공기관으로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있다. 윤 장관은 안전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성격상 국가안전처 산하로 가게 되더라도 조직이 바뀌지 않아 본연의 업무에 차질이 없고 오히려 순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입장에서는 성과는 없고 부담만 되던 안전부문을 이관시키는 것이 득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안전과 산업의 분리는 결국 기업이 양 상전을 모시는 꼴 이라며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공기업과 정부는 수뇌부만 바뀌는 것이지만 기업의 입장은 두 곳의 부처를 상대해야 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정책과 안전정책을 따로 분리시켜 진행한다면 자칫 운영과정에서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즉 산업과 안전을 따로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과 안전을 분리한다면 산업부는 규제 완화를, 국가안전처는 규제강화를 내세울 것이 분명하다. 이는 사고의 예방적 기능은 퇴색되고 사고 발생 후 대응력만 키우는 편향적 정책이 난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잘못된 관행 반복, 예방정책 강화로 끊어야

과거 사고이후 정부가 내 놓은 안전에 대한 정책을 들여다 보면 예방정책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아현동 가스 폭발사고 직후인 1995년 7월 정부는 재난관리법을 제정했다. 당시 정부는 내무부에 재난관리 전담국을 설치하고 긴급구조체제를 정비해 예방-대비-대응-복구에 이르는 단계별 재난관리책임기관을 지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난은 끊이지 않고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 물론 압축 성장과정에서의 부실시공 후유증과 부도덕한 기업가와 공무원의 유착 관행, 안전 불감증 등 고질병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2004년 6월 재난관리법제정 후 꼭 10년만에 재난관리 전담기구인 소방방재청을 개청했다. 그러나 사고가 나고 수습이 되고 난 이후 전체 재난안전관리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개선되었는지 살펴보면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다. 또한 과거 재난사고와 판박이 형태로 같은 재난유형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형태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로 예방적 차원의 정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재난관리 R&D예산만 봐도 극명히 나타난다.

우리의 재난관리 예산은 전체 R&D예산의 1.26% 정도 수준이다. 때문에 현재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투입될 장비나 구조수준의 미흡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재난장비의 특성상 수요처가 넓지 않고 고가일 가능성이 많아 정부가 지원하고 정부가 구매해주는 방식이 아니면 R&D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비단 컨트롤타워의 완성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컨트롤 타워만을 강조해 재난의 근본적인 예방정책은 간과 하지는 않나 되짚어 봐야 한다.

◆소방방재청 축소 논란 제고해야

정부조직개편을 담아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소방방재청의 역할 축소가 눈에 띈다.

소방방재청은 외형상 국가안전처에 그대로 들어가는 듯 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차관급인 ‘청’에서 1급인 ‘본부’로 조직이 격하, 강등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동안 문제로 제기된 소방업무의 국가직과 지방직 이원화상태로 국가안전처가 소방방재청을 흡수한다는 개정안에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즉 국가안전처에서는 소방방재청 수뇌부만 편입시키고 소방 관련 인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각 지방의 소방본부는 예전처럼 시·도지사 관할로 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원화된 소방조직으로는 신속한 재난 현장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에 소속된 지방직 소방본부의 예산 부족 문제는 세월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 해결 없이 결국 국가안전처 역시 수뇌부만 바뀌는 꼴이 아니냐는 걱정이 현장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고진영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도 재난관리 측면에서는 후진국”이라며 “예방보다는 수습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재 지자체 소속의 낙후된 일선소방관의 지휘를 국가직으로 편입하지 않고 수뇌부만 바뀌는 꼴인 국가안전처는 과거의 잘못된 대응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중앙의 권한을 키우기 보다는 사고 현장에서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장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처 간 재난관리 협업체계를 구축해 재난발생 시 유기적 대응을 통한 전문화·신속화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특히 국민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국가의 안전관리 문제점을 해소하고 해당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재난관리업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재난관리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독일·미국은 중앙정부의 ‘부’ 단위의 단일 기구에서 위기관리와 안전관리, 재난 유형별로 조직과 기능을 구분하지 않고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11년 9.11테러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재난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등 국민 보호를 위해 재난관리시스템을 강화했다. 우리의 국가안전처도 이를 표방하고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 시 한다면 결국 수뇌부만 바뀌는 엉터리 국가안전처로 전락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산적한 해결과제와 예방적 차원의 강화 역시 새로운 국가안전처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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